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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트퍼드셔 대학의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 교수는 여러 해에 걸쳐 스스로 행운아 혹은 불행아로 여기는 집단 간의 차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심도 있는 인터뷰를 수행하고 사람들에게 일기를 쓰도록 권했으며 일련의 테스트와 실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 실험에서 와이즈먼은 행운아 집단과 불운아 집단 양쪽 모두에게 신문을 주고 신문에 실린 사진의 숫자를 세어보라고 했다. 불운아 집단은 그 일을 끝내는 데 대략 2분이 걸린 반면, 행운아 집단은 불과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다음은 와이즈먼의 설명이다.

“신문에는 43장의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두 번째 페이지에 더 이상 세지 말라는 지시 사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지시문은 한 지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글자체도 다른 글씨에 비해 5센티미터는 컸기 때문에 못 보고 지나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운아들은 그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행운아들은 금세 알아보았습니다. 심지어 저는 순전히 재미로 신문의 중간쯤에 두 번째 지시문을 삽입했습니다. ‘그만 세기 바랍니다. 이 지시문을 발견하고 실험자에게 말하는 분께는 250파운드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불운아들은 지시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진의 개수를 세는 데 너무 정신이 팔려 있었던 탓이지요.”

앞의 실험 결과에서 보듯이 운이 따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함축적 의미를 지닌다. 바로 그 지점에서 다른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그들에게 배우는 습관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와이즈먼의 설명에 따르면, 운이 좋은 사람들은 기회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반면, 불운한 사람들은 특정 결과에 집착하는 반복적인 행동 양식을 보인다.

이를테면 사교 모임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행동 유형을 분석해보면, 불운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만 대화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운이 좋은 사람들은 우연히 발생한 만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호기심을 느끼며, 상대에 대해서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와이즈먼은 이렇게 말한다.

“운이 좋은 사람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애착관계를 구축한다. 그들은 친해지기 쉬우며 대부분의 사람이 그들을 좋아한다. 그들은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들은 불운한 사람들에 비해 더욱 많은 친구 및 동료와 관계를 유지하며 넓은 인맥으로 인해 그들의 삶에는 기회가 끊임없이 촉진된다.”

결론적으로 운 좋은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회를 얻을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행운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그럴 때도 있다. 이를테면 어느 날 무심코 산 복권이 당첨된다거나, 길을 가다가 우연히 돈을 줍는다거나 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며, 평생 동안 이런 행운을 단 한 번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행운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사실상 행운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십중팔구 사람들로부터 온다. 우리 인생을 바꿔놓은 중요한 변화의 순간을 한번 잘 살펴보라. 그러면 이 말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약한 연결의 힘(strength of weak ties)’에 주목하라

미국의 경제사회학자인 마크 그래노베터(Mark Granovetter)는 보스턴 근교 뉴턴 출신인 수백 명의 전문직 종사자와 기술자의 직장 이력을 세부적으로 살피면서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를 한 사람들 중 56%가 개인적인 연고를 통해, 18.8%가 광고와 스카우트 같은 공식적인 수단을 통해, 20% 정도가 취직 시험을 통해 직접 직장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연봉과 복지 혜택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들은 대부분이 개인적인 연고를 통해 성사된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을 구하는 데 개인적인 접촉을 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개인적인 연고로 직장을 구한 사람들 대다수가 ‘약한 연결(weak ties)’을 통해서였다는 점이다. 직장을 구하는 데 정보를 준 사람들 중 오직 16.7%만이 좋은 친구처럼 ‘자주’ 만났다고 대답했다. 55.6%는 ‘간혹’ 만났고, 28%는 ‘어쩌다 드물게’ 만났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강한 연결(strong ties)’을 통해서가 아니라 안면 있는 사람들을 통해 직장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래노베터는 사소하고, 무작위적이고, 피상적인 ‘약한 연결’이라는 개념을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로 구성된 ‘강한 연결’과 대조하여 설명한다. 언뜻 생각하면 약한 연결이 강한 연결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모순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래노베터는 부탁을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나서는 가깝고 친밀한 사람들보다, 그저 알고 지내는 지인들 또는 몇 번밖에 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이렇다. 친한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주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적 영역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는 ‘밀집된 덩어리와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한다. 그러나 그 네트워크에 포함된 구성원들은 모두 그다지 친하지 않은 많은 지인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지인들은 다시 친밀함과 정보를 공유하는 저마다의 밀집된 덩어리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를 지인들과 이어주는 약한 연결은 단지 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각각의 밀집된 덩어리들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다리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인과의 관계가 지닌 중요한 가치는 친구들에 비해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그 존재를 잊었다고 하더라도 지금도 주변 어딘가에 있을 지인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회와 정보를 언제든지 가져다줄 수 있다. 다시 말해 더욱 넓은 세상과 교류할수록 잠재적인 기회, 즉 행운을 얻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약한 연결의 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연결이 또 다른 연결을 낳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인을 통해 또 다른 지인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확장된 연결은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한다. 이에 관해 필자가 실제로 경험한 사례를 간략히 소개한다.

필자의 경우

나는 첫 책을 펴내면서 평소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온라인교육 기업의 CEO에게 이메일을 통해 추천사를 부탁했다. 원고를 보냈더니 흔쾌히 추천사를 써주었고, 책이 발간되자마자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것이 그분과의 첫 만남이자 인연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분의 요청으로 그 회사의 오프라인 교육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고, 거기에서 어느 제약회사의 과장 한 분을 만났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 과장이 자기 회사 조찬 강연회 강사로 추천하여 강의를 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그가 전국당뇨학회 모임에 특강 강사로 나를 추천하여 강의를 했다. 이어 그 모임에 참석했던 어느 대학병원 의사의 요청으로 그 병원의 간부 세미나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내 다음 강의를 맡게 된 어느 제약회사 연구소장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그분의 요청으로 그 제약회사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설명을 생략했지만, 중간에 또 다른 연결이 일어나 여러 차례 강의의 기회를 잡았다.

어떤가,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이메일 하나로 시작된 작은 인연 하나가 계속 이어져 이렇듯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이게 행운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혼자 밥 먹지 마라

서울 강남에 있는 교육장을 빌려 강연을 추진한 강연 기획자가 강연 날짜를 하루 앞두고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갑작스런 사정으로 교육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100명 가까운 참석자로부터 수강료까지 받은 마당에, 그것도 하루를 남겨두고 어디서 이런 큰 공간을 구한단 말인가. 온종일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결국 행사를 취소해야 할 지경에 이른 기획자는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를 통해 이런 연락이 왔다.

“우리 회사 강당이 비어 있으니 쓰세요. 끝난 후 청소만 잘해 주시고…”

이 답장을 보낸 사람은 강연 기획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단지 트위터에서 서로 팔로우 관계를 맺고 있는 어느 증권회사 부사장이었다.

‘대인관계에 강한 사람이 비즈니스에도 능하다’라고들 한다. 이는 진리다. 비즈니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테크놀로지, 디자인, 가격 등 비교우위 경쟁을 벌이는 복잡다단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런 기본적인 개념이 어느새 잊혀져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성공한 CEO나 기업가, 전문가들에게 어떻게 성공했는지 물어보면, 비즈니스에 관한 전문용어 대신 대부분 자신을 이 길로 올라서게 도와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결국 인생도 비즈니스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성공이 좌우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에 간단하게 몇 가지 팁을 제공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1. SNS(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라. 아직도 SNS를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는 공간으로 폄하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그 진정한 가치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SNS의 가장 큰 장점은 과거에는 좀처럼 알지 못하고 접근하기도 어려운 사람들을 쉽게 파악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절한 SNS를 잘 선택해서 제대로 활용하면 내가 꿈꾸고 있는 분야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 나아가 내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얼마든지 교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온라인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자연스레 오프라인 만남으로까지 이어진다.
  2.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라. 앞에서 언급했듯이 ‘약한 연결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친밀한 사람들로부터는 새로운 정보나 기회를 얻기 어렵다. 관심사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조찬 강연회도 좋고, 취미 동호회도 좋고, 독서 모임도 좋다. 아니면 SNS에 근거를 두고 있는 모임이나 이를 통해 알게 된 사람도 좋다.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직접 만나라. 온라인 모임도 유익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단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면 관계가 각별해지고, 이후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3. 혼자 밥 먹지 마라. 말이 쉬워 인맥관리지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며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밥 먹는 시간을 인맥관리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같이 밥을 먹는 행위는 마치 가족이 된 듯한 정서를 유발한다. 그래서 같이 밥을 먹고 나면 친밀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우리가 종종 “언제 같이 밥 한번 먹자”고 얘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래하는 사람도 좋고, 고객도 좋고, 직원도 좋다. 혼자 밥 먹지 말고 이왕이면 이들과 같이 자주 밥을 먹어라. 그리고 가끔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나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연락해서 같이 밥을 먹어라. 인간관계는 투입한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깊어지는 법이다.

원문: 곽숙철의 혁신 이야기


※ 이 글은 월간 <공구 사랑> 2016년 3월호에 기고한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혼자 밥 먹지 마라: 약한 연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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